빨라지기 전에,
몸을 만든다
기록을 쫓는 마스터즈 러너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
- 엘리트의 훈련 프로그램을 복사한다고 엘리트가 되지는 않는다. 마스터즈에게 먼저 필요한 건 그 훈련을 받아낼 수 있는 몸이다.
- 마스터즈에게 중요한 건 심폐능력이 아니라, 같은 힘을 수만 번 반복해서 견디는 부하 수용능력(load capacity)이다.
- 가동성 → 안정성 → 근력 → 탄성. 기본은 초보자의 단계가 아니라 평생 유지해야 하는 상태다.
러닝을 오래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훈련이 복잡해진다.
인터벌은 몇 미터가 좋은지, LT 페이스는 얼마인지, 주간 거리는 몇 km가 적당한지 고민한다. 5km 기록을 재고, 심박을 분석하고, VO₂max를 확인한다. 조금 더 진지한 러너라면 미토콘드리아, 젖산역치, 러닝 이코노미, 카본화, 탄수화물 섭취량까지 공부한다.
물론 모두 중요하다. 훈련하지 않고 잘 달릴 수는 없다.
그런데 마스터즈 러너에게는 그보다 먼저 물어봐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
“나는 지금 이 훈련을 받아낼 수 있는 몸인가?”
어쩌면 마스터즈 러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인지도 모른다.
엘리트의 훈련을 복사한다고 엘리트가 되지는 않는다
러닝을 공부하다 보면 결국 엘리트 선수들의 훈련을 보게 된다. 주간 160km, 180km, 때로는 200km. 아침저녁 두 번 달리고, LT를 하고, 트랙 인터벌을 하고, 30~40km 장거리를 한다. 배울 것은 많다. 문제는 그 프로그램만 보는 것이다.
엘리트 선수에게는 그 훈련을 받아낼 수 있는 몸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운동 경험, 수십 년간 만들어진 근육과 건, 높은 유산소 능력, 좋은 신경근 협응, 충분한 회복 환경까지 포함한 몸이다.
반면 대부분의 마스터즈 러너는 다르다. 하루의 상당 시간을 앉아서 보낸다. 나이가 들면서 최대산소섭취량과 근육량, 파워, 회복능력에도 자연스럽게 변화가 생긴다. 그런 상태에서 훈련 프로그램만 엘리트에게서 가져온다. 자동차로 치면, 엔진 튜닝만 복사하고 서스펜션과 섀시가 그 출력을 받아낼 수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마스터즈에게 필요한 것은 엘리트 훈련의 축소판이 아니다. 마스터즈의 몸에 맞는 훈련 시스템이다.
나이가 들수록 유연성보다 ‘쓸 수 있는 가동성’이다
러너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몸을 많이 늘이는 것이 아니라 쓸 수 있는 가동범위다. 고관절이 어느 정도까지 움직이는가도 중요하지만, 그 범위에서 한발로 체중을 지탱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발목이 꺾이는 것도, 그 위치에서 힘을 받아내고 다시 빠르게 반환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그래서 마스터즈 러너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유연성이 아니라, 다음 네 단계의 연결이다.
움직이고 → 통제하고 → 힘을 만들고 → 그 힘을 빠르게 되돌린다. 그 전체가 달리기로 연결된다.
진짜 마라톤 실력은 5km에서 보이지 않는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누구나 좋은 자세로 달릴 수 있다. 문제는 30km 이후다. 피로가 쌓이면 발목의 기능이 떨어지고, 지면접촉시간이 길어지고, 보폭이 줄고, 고관절에서 만들던 움직임을 다른 곳에서 보상하기 시작한다. 결국 처음과 전혀 다른 달리기가 된다. 그래서 마라톤의 내구성은 심폐의 내구성만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Movement Durability.
움직임의 내구성.
5km에서 좋은 폼으로 뛰는 것이 아니라, 35km에서도 5km 때의 기본 메커니즘을 얼마나 보존할 수 있는가. 이것이 정말 중요한 마라톤 능력 중 하나다.
마스터즈에게는 두 개의 훈련이 필요하다
유산소 능력을 키우고, LT를 높이고, 러닝 이코노미를 개선하고, 장거리 내구성을 만들고, 마라톤 페이스를 오래 유지하는 능력.
가동성을 유지하고, 한발로 몸을 지탱하고, 근력을 잃지 않고, 건과 근육의 탄성을 유지하고, 좋은 움직임을 반복하고, 작은 이상을 일찍 발견하는 것.
두 번째는 첫 번째의 ‘보조운동’이 아니다. 둘 다 훈련이다. 오히려 마스터즈에게는 두 번째가 무너지면 첫 번째도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우리는 한 번의 마라톤을 위해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 평생 달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기본은 초보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거의 모든 스포츠에서, 최고 수준으로 올라갈수록 선수들은 기본을 반복한다. 가동성, 안정성, 한발 지지, 근력, 탄성, 리듬, 좋은 착지와 자연스러운 체중 이동. 이것들은 기록이 좋아졌다고 졸업하는 과정이 아니라, 기록이 좋아질수록 더 높은 부하에서 다시 요구되는 기본이다. 그래서 기본은 단계가 아니다. 평생 유지해야 하는 상태다.
빠르게 달리는 법을 평생 배우는 것이 아니라, 평생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몸을 만들어가는 것. 기록은 결과이고, 몸은 자산이다.
매일의 달리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크루와 함께 오래 달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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